집을 짓는 사람은 건축가가 되고 리라를 연주하는 사람은 리라 연주자가 된다. 어떤 행동을 하면 그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듯이 절제를 행하면 절제하는 사람이, 용감한 행동을 하면 용삼한 사람이 된다. -아리스토텔레스-
반복은 인간의 욕망도 바꾼다.
아이들에게 야채를 먹이는 실험을 여러가지 진행해봤다. 지방을 더 넣어보고, 더 달게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별로 야채를 많이 먹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꾸준하게 채소를 주었더니 조금씩 조금씩 그양이 늘어나더니 한끼 식사를 할 정도의 양으로 변했다. 그 후 채소에 지방을 더 넣거나 더 달게 만들어도 그들의 섭취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저 야채를 더 많이 접할수록 더 많이 먹었다. 아이들은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음식을 커서도 자연스럽게 먹게 된다. (각 나라의 식단이 다른 것 처럼) 이것은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어른들도 반복해서 접하는 외부의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는 좋아하는 일은 반복해서 한다. 하지만 반대로 반복해서 하는 일이 점점 좋아지기도 한다. 마치 양쪽에 놓인 거울에 우리 모습이 무한정 반사되는 것처럼 반응이 계속해서 다음 반응을 낳는다.
1910년 에드워드 티치너라는 심리학자가 독특한 현상을 발견했다. 그는 우리가 잘 아는 물체가 단지 이전에 자주 접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따스함, 친근함, 편안함, 안락함, 안정감 등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현상을 '단순 노출'이라고 명명했다. 더 많이 보일수록 호감도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친숙성
셀카로 찍은 내 얼굴이 종종 낯설지 않는가, 그 이유는 인간의 얼굴이 완전한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당신의 얼굴'과 사진에 찍힌 당신의 얼굴'은 다르다. 사람들은 대부분 평생 자신이 봐왔던 사진(좌우 반전시킨)을 마음에 들어한다. 하지만 친구들은 평소에 익숙하게 봐왔던 얼굴, 즉 사진으로 찍은 얼굴을 좋아했다. 그저 사람들은 더 자주 접한 이미지를 선호했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단순 노출의 첫 번째 효과 친숙성이다.
예측가능성
출장이 잦은 사람이라면 단골 식당 몇군데 있을 것이다. 이곳은 가면 적어도 실망을 하거나 후회할 일은 없다. 그래서 마음이 편하다. 굳이 메뉴판을 보지 않고도 어떤 음식을 주문할지 머릿속에 그려진다. 예측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가 늘 아무 생각 없이 그곳에 가게 되는 이유는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두 번째 효과 예측 가능성이다.
지각적 능숙성
소비자들에게 77개 자동차 모델을 보여주고 무엇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 평가하게 했다. 사람들은 가장 평벙하게 생긴 자동차를 골랐다. 실제로도 가장 전형적인 외관을 갖춘 차량이 판매 성적도 더 좋다. 인간의 눈은 늘 봐왔던 것에 자연스럽게 적응하기 때문이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는 광고 노출 빈도가 높아질수록 증갛는데 약 10회 정도 노출됐을 때 선호도는 최고조에 달하는데 이때쯤 브랜드를 선호하는 습관이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때 브랜드 로고가 결정적인 방아쇠를 당긴다. 즉 반복적인 경험이 긍정적 의미를 불어넣었던 것이다. 이것이 단순노출의 세 번째 효과 지각적 능숙성이다.
효율성
학생들은 수업 첫날에 앉았던 자리에 늘 앉곤 한다. 하지만 그게 반복되면서 고정석이 정해졌다. 그 편이 가장 편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네 번째 효과 효율성이다.
안정감
사람들은 익숙한 지역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안전하다고 여기고 있다. 즉 더 친근하고 친숙한 장소일수록 그 안전성에 대한 부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무언가를 익숙하게 여기는 감정이 현실감각을 왜곡시킨 것이다. 다섯 번째 효과 안정감을 살펴봤다.
이처럼 단순 노출은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를 엉뚱한 곳으로 데려간다. 어떤 행동에 계속 노출되면 우리의 욕망까지 바뀔 수 있다. 이 효과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기 때문에 의식적 자아가 눈치채지 못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습관이 자신이 의도한 결과라고 확신했다. 자신의 의지력으로 모든 과제를 해낼 수 있다고 믿는 내성 착각과 놀랍도록 닮았다. 그들은 습관에 따라 계속해서 행동했을 뿐이다. 그리고 점차 반복이 더해질수록 그들은 단순 노출 효과에 의해 자신의 행동에 몰두하게 됐다. 그 결과 욕망마저 조금씩 변했다. 결국 습관이란 양방향 통로다. 어떤 행동이 작은 목표를 달성하면 그것이 작은 욕구로 변해 다시 행동을 촉발한다. 그럼 그 행동은 다시 목표를 달성하고 좀 더 큰 욕구가 생성된다.
리추얼, 믿음은 그 자체로 힘이 된다.
저자의 친구 중에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가 있다고 한다. 그는 언제나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물건을 동일한 방식으로 접하는 경험을 한다. 그것으로 인간에게 고요한 안정감을 주고 그 안에서 인간은 자신만의 세계를 건설할 여유를 얻는다. 모든 리추얼은 엄격한 절차에 의거한 반복에 바탕을 둔다. 우리가 이해하는 습관의 특성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리추얼에는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보상이 없다. 그 대신 우리가 의미를 만들어 '보상화'해야 한다. 잔을 부딪쳐 건배를 하고,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불어 끄고, 졸업식 때 괴상한 모자를 쓰고 시커먼 가운을 입는다. 이러한 비일상적인 행위는 뭔가 의미 있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우리의 믿음을 더 강화시킨다. 그리고 그 의미에 동참한다는 감각을 일으킨다. 이것이 바로 리추얼의 보상이다.
이제 전쟁은 사라졌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치열한 육체 투쟁이 허락된 분야가 있다. 바로 스포츠다. 모든 스포츠 분야의 정상에 선 선수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고 아름다운 기술을 지녔다. 매번 그들은 돈과 명예를 앞에 두고 정명으로 충돌한다. 이때 그들이 의지할 것은 온전히 재능뿐이다. 이런 잔인한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자신감과 약간의 운이 필요하다. 그러니 스포츠에 미신적인 리추얼이 만연해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제력을 얻기 위해 선수들은 이 종교적 의식을 활용한다.
마이클 조던은 모교의 반바지를 입고 경기를 뛰면 슈팅 성공률이 더 높아진다는 자신만의 리추얼이 있었다. 그는 이 미신을 감추기 위해 언제나 자신의 치수보다 큰 헐렁한 반바지를 입고 코트에 나왔다. 조던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 행위였을지 몰라도 그 우스꽝스러운 복장이 전 세계 젊은 이들이 따라하고 있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짓인데 말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조던처럼 반바지 입기를 반복하자 새로운 의미가 생겨났다. 반복은 이렇게 힘을 얻는다.
우리는 앞에서 무언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욕망이 변할 수 있다는 단순 노출 효과를 확인했다. 하기 싫은 일을 계속하면 그 일이 점점 좋아지듯이, 단지 믿음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가짜 약을 먹고도 그게 진짜 약이라고 믿으면 약효를 누릴 수 있다는 플라시보 효과처럼 말이다.
이러한 반복적 행동은 분명 우리의 삶에 질서를 부여하고 앞일에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하도록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그 순간만큼은 쓸데없는 생각을 못 하게 막아주고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해준다. 이는 비의식적 자아가 주도하는 습관의 형성과정과 매우 비슷하다.
불확실성과 상실감으로 스트레스가 가득한 시기에 정교하게 설계된 반복된 행동으 ㄹ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감정을 다스리고 자제력을 회복할 수 있다.
때로는 습관을 대하는 태도가 삶을 지탱한다.
당신이 선택한 리추얼, 즉 반복적인 행동이 무엇이든 간에 거기에서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작위적 패턴이 습관이 되는 이유는 단지 우리가 늘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습관적 행동이 지극히 정상적이며 합리적이라고 추론한다. 그리고 때론 문제 해결이나 새태 수습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행동을 마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것처럼 진지하고 신성하게 대한다. 이런 비이성적 행동이 불러일으키는 긍정적 감정은 인생의 행복감과 살아가는 의미를 자극한다. 우리는 먹고살기 힘들다고 푸념하지만 내면의 본성은 늘 사랑, 성취, 존경, 영성과 같은 위대한 무언가를 추구한다. 그리고 이 고귀한 의미에 탄탄한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습관이다. 올바른 습관은 종종 우리가 일지 못하는 사이에 삶의 패턴을 규칙적이고 안정적으로 조율하고 어딘가에 깊이 몰두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단지 습관적으로 행동하기만 해도 불안감이 줄어든다. 그리고 경험하는 대상과의 일체감이나 이해도도 높아진다. 매일 거의 같은 일을 반복한다고 답했던 사람들은 매 순간 인생의 의미를 더 풍부하게 느꼈다. 무수히 반복될수록 목표는 사라지고 그 과정만 남게 되는 리추얼의 본질이 습관과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행동을 무수히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결국 남게 되는 것은 자동으로 그것을 반복하는 무의식뿐이다. 일관되고 규칙적으로 작동하는 무의식은 우리에게 삶의 일상성을 받아들이게한다. 그리고 설사 보상이 사라지더라도 유지된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 거대한 리추얼은 아닐까?? 목표와 행동이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삶은 공평하다. 우리의 무의식도 공평하다. 아무리 도움이 안 되는 행도일지라도 반복하면 결국에는 좋아지게 된다. 당싱이 아니라 당신의 무의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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